리코 GR IV 모노크롬: 흑백 전용 센서로 완성한 스트리트 슈터의 정점
글·사진 포토타임즈코리아 편집부
흑백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리코 GR 시리즈는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다. 작은 몸체 안에 APS-C 센서를 품고, 28mm 단렌즈 하나로 세상과 마주하는 이 카메라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026년 1월 15일, 리코는 GR IV Monochrome의 공식 사양을 발표했다. 컬러 필터 어레이를 완전히 제거한 모노크롬 전용 기종으로, 이후 2월 중순 실제 판매가 시작되었다. 국내 공식 수입원인 세기P&C를 통해 책정된 국내 출시가는 2,860,000원이다. 흑백 촬영에 물리적으로 특화된 이 카메라는 과연 그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디자인 및 외관
GR IV Monochrome의 외관은 표준 GR IV와 거의 동일하다. 109 × 61 × 33mm의 컴팩트한 바디, 무게 약 262g(배터리·SD카드 포함)으로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차이점은 세부에 있다. 마그네슘 합금 바디를 비롯해 셔터 버튼과 링 캡까지 모두 무광 블랙으로 마감되어 컬러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절제된 분위기를 풍긴다. 바디와는 다른 광택을 지닌 세미 글로스 블랙 전면 GR 로고, 화이트 컬러로 빛나는 전원 버튼 등 세심한 디자인 디테일을 통해 카메라 전반에 걸쳐 흑백의 세계관을 표현했다. 스트리트에서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해한 포인트앤슛’ 같은 외모는 GR 시리즈 특유의 강점이다.
조작계는 GR IV에서 GR II의 일부 버튼 배치 철학을 재소환하면서 독자적으로 완성된 구성을 따른다. 특히 GR III에서 없어졌던 일부 물리 버튼이 GR IV에서 복원된 것이 특징이다. 전면 다이얼은 표준 모델보다 클릭감이 확실해졌다는 사용자 평가가 많으며, 버튼의 유격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방진·방적 기능은 여전히 없지만, 실제 눈 속 촬영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일상적인 스트리트 환경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핵심 사양
| 항목 | 상세 사양 |
| 센서 | 약 25.74MP APS-C BSI CMOS (모노크롬 전용, 컬러 필터 미적용) |
| 해상도 | 6,192 × 4,128픽셀 (3:2) / RAW(DNG) + JPEG |
| 렌즈 | 18.3mm F2.8 (35mm 환산 28mm), 5군 7매 구성, 대형 고정밀 비구면 성형 유리 렌즈 포함 |
| 이미지 엔진 | GR ENGINE 7 (보간 처리가 없는 흑백 전용 이미지 처리 엔진) |
| AF 방식 | 고속·고정밀 이미지 센서면 위상차 검출 AF |
| ISO 범위 | 160 ~ 409,600 (확장) |
| 셔터 | 렌즈 내 셔터: F5.6 이상 최대 1/4,000초 (F2.8은 최대 1/2,500초) / 전자 셔터: 최대 1/16,000초 |
| 내장 필터 | 레드 필터 내장 (ON/OFF 전환 가능, 대비 향상 및 약 2스톱 ND 효과 겸용) |
| 손떨림 보정 | 5축 센서 시프트 방식 (셔터 속도 기준 최대 6.0스톱 보정 성능) |
| 내부 메모리 | 53GB |
| 배터리 | 약 250컷 (CIPA 기준) |
| 외장 메모리 | UHS-I microSD |
| 크기/무게 | 109 × 61 × 33mm / 약 262g (배터리·SD카드 포함) |
| 가격(국내) | 2,860,000원 (공식 출시가) |
모노크롬 센서와 GR ENGINE 7, 무엇이 다른가
GR IV Monochrome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당연히 센서와 프로세서의 조합이다. 일반 컬러 센서는 각 픽셀 위에 R·G·B 색 필터(베이어 배열)를 올려 색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빛의 상당 부분이 필터에 흡수되고, 최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디모자이킹(보간) 처리가 필요하다.
반면 모노크롬 전용 센서는 이 필터 자체가 없다. 각 픽셀이 피사체의 밝기 정보를 직접 포착해 흑백 이미지로 변환한다. 여기에 필수적인 보간 처리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흑백 전용 이미지 처리 엔진인 ‘GR ENGINE 7’이 맞물려 광학 성능을 손실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
결과는 세 가지다.
- 뛰어난 감도 이득: 더 많은 빛이 센서에 직접 도달하므로 컬러 모델 대비 약 2/3스톱의 감도 이득이 있다. (쉽게 말해, 같은 어두운 환경에서 더 밝고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야간 스트리트 촬영에 유리하다.)
- 압도적인 화질 성능: 보간 처리가 없으므로 화면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탁월한 해상력과 풍부한 계조 표현, 낮은 왜곡을 실현했다. 디모자이킹 시 발생하는 미세한 해상도 손실이 전혀 없다.
- 고감도 노이즈 특성 개선: 노이즈가 두드러지는 고감도 영역에서도 미세하고 입자감 있는 질감을 표현한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컬러 채널이 하나뿐이므로 하이라이트가 날아간 RAW 파일에서 다른 채널을 이용해 복원하는 방법을 쓸 수 없다. 노출 실수에 대한 관용도가 컬러 센서보다 좁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내장 레드 필터와 모노크롬 이미지 컨트롤
GR IV의 내장 ND 필터 위치에 레드 필터가 새로 탑재되었다. 단순한 색 필터가 아니라 흑백 대비를 높이면서 동시에 약 2스톱의 ND 역할(낮 시간대 셔터스피드 및 조리개 개방 확보에 유리함)도 겸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레드 필터를 ON으로 설정하면 하늘과 구름의 대비가 강조되어 극적인 흑백 표현이 가능하며, 이미지 센서면 위상차 AF 덕분에 레드 필터를 켠 상태에서도 빠르고 즉각적인 초점 맞춤이 가능하다.
아울러 리코는 이번 기종에 여섯 가지 신규 모노크롬 이미지 컨트롤 프로파일을 추가했다. 고콘트라스트의 드라마틱한 룩부터 가혹한 광선 조건에서 풍부한 계조를 살리는 소프트 프로파일까지 다양하다. 사용자 정의 프로파일도 제공되며, 파일 포맷은 범용 DNG라 Lightroom 등 주요 소프트웨어에서 바로 편집 가능하다.
실사용 성능: 고감도와 JPEG 품질
ISO 160부터 최대 409,600까지 넓은 감도 범위를 지원하며, 실제 테스트에서 표준 GR IV의 흑백 모드 대비 저노이즈·고디테일 표현이 확인된다. 고감도 그레인은 ‘노이즈’가 아닌 ‘흑백 필름을 푸시 현상했을 때 나타나는 거친 그레인 입자’에 가까운 질감으로 표현되어, 스트리트·다큐멘터리 촬영자에게는 창의적 도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 단, ISO AUTO 사용 시 감도 범위는 ISO 160~25600이다.)
주목할 점은 JPEG 품질의 도약이다. 기존 GR 시리즈에서는 RAW 대비 JPEG의 디테일 손실이 적지 않았지만, 모노크롬 모델에서는 이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해외 리뷰에서 다수 보고된다. 카메라 내 RAW 현상 후 넉넉한 내부 메모리(53GB)에 저장하는 워크플로우가 충분히 실용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약 250컷으로 컴팩트 카메라치고는 평균적인 수준이며, 장시간 스트리트 촬영 시 예비 배터리 지참을 권장한다.
경쟁 기종 비교
현재 시장에서 순수 흑백 전용 디지털 카메라를 만드는 브랜드는 사실상 라이카와 리코(펜탁스)뿐이다. 라이카는 M11 Monochrom과 Q3 Monochrom을 라인업에 두고 있으나, 가격은 GR IV Monochrome의 3~5배 수준이다. 펜탁스 K-3 III Monochrome은 APS-C DSLR로 휴대성 면에서 GR IV와 비교하기 어렵다.
GR IV Monochrome의 국내 출시가 2,860,000원은 표준 컬러 모델 대비 확실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하지만 ‘라이카 모노크롬을 동경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흑백 순수주의자들에게 이 카메라는 포켓 사이즈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다. 반면 흑백 촬영이 주된 목적이 아니거나, 소프트웨어 변환 흑백으로도 만족하는 사용자라면 표준 GR IV가 훨씬 합리적이다.
편집부 총평
GR IV Monochrome은 ‘흑백에 진심인 사람’을 위한 카메라다. GR 시리즈 창립 30주년을 맞아 출시된 이 기종은 감도 이득, 픽셀 선명도, 고감도 그레인 표현 등 모노크롬 센서 고유의 이점을 아낌없이 전달한다. 동시에 GR IV 특유의 포켓 사이즈와 5축 손떨림 보정이 제공하는 즉각적인 반응성은 그대로다.
단, 이 카메라는 모든 사용자에게 권할 수 없다. 흑백만으로 세상을 기록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결의 없이는 표준 컬러 모델이나 타 컴팩트 카메라가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흑백 스트리트, 다큐멘터리, 또는 파인 아트 흑백 사진에 몰두하는 이들이라면, GR IV Monochrome이 제공하는 경험은 분명 별개의 차원에 있다.
DPReview는 이 카메라에 83점을 부여했다. 포토타임즈코리아도 이에 동의한다. 흑백 사진에 전념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다.